양산차 업계의 적극적인 배터리 내재화
비용 절감 효과와 IRA 법에 대응하기 위함
배터리 화재 등 안전 기술 격차는 극복 필요
[글] 박재희 에디터
양산차 업체 사이에서 배터리 내재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자체 생산한 배터리를 자사 전기차에 장착해 비용을 줄이기 위함이다. 이 중에서 테슬라는 가장 적극적인 제조사 중 하나다. 2020년 배터리 자체 생산을 공언한데 이어 지난해 말엔 4680 원통형 배터리 양산에 도달을 자축하기도 했다.
지난 6일, 테슬라는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 LNF와 약 3조8000억 원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LNF가 니켈 함량 80% 이상인 프리미엄 하이니켈 양극재 7만7000톤을 내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테슬라에 공급하는 내용이다.
니켈 외에 배터리 음극재에 들어가는 흑연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호주 ‘마그니스 에너지 테크놀로지’로부터 배터리 소재인 흑연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해 2025년부터 최소 3년간 흑연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또 캐나다 리튬 개발업체 ‘시그마 리튬’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테슬라는 2024~2025년 기준 텍사스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 30%가량에 자체 생산 배터리를 탑재할 계획임을 밝혔다.
테슬라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타 전기차 제조자들도 잇따라 내재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GM은 지난달 캐나다 광산업체 리튬 아메리카스에 6억5000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고 포드는 호주 광산 업체 라이언타운 리소스와 리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스텔란티스도 호주 광산업체 GME리소스와 니켈·코발트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폭스바겐도 배터리 생산 자회사를 설립해 경쟁 완성차 기업에 직접 납품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7월 배터리 자회사인 파워코를 설립하고 2030년까지 유럽 전역에 24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셀 공장 6개 건립 계획을 밝혔다.
배터리 내재화의 가장 큰 목적은 비용 절감이다. 현재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할 만큼 가격이 비싸다. 궁극적 목표인 전기차의 대중화와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선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배터리를 자체 생산해 충당하면 비용을 아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배터리 업체와의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또 다른 목적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IRA 법은 미국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게만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또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원료 중 일정 비율을 북미 지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해야 한다.
주요 공급처인 국내 배터리 업체는 원료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사가 배터리 내재화를 하면 IRA 보조금 요건을 맞추기 용이해진다.
이처럼 완성차 업계가 내재화에 힘을 쏟지만 안정성 이슈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배터리를 생산하는 업체들조차 화재 리스크를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다. 전기차 화재의 대부분 이유가 배터리에 있는 만큼 안전 관련 기술은 완성차 제조사가 극복하기 까다로운 분야라는 설명이다.
수율 문제도 존재한다. 통상적으로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립 후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 정도를 거쳐야 수율이 안정화된다. 완성차 업체는 배터리 내재화를 위해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도 안정적으로 수율을 확보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며 그동안 막대한 손해를 감내해야 한다.
많은 제조사가 내재화를 목표로 하지만 당장은 기술 격차가 크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결국 전기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는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될 것이고 이를 통해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 가격의 30% 수준까지 낮아질 것이라 예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