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판매량 신기록 행진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감소
IRA에 대응하기 위한 현대차의 돌파구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 3월 미국에서 역대 월간 최다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1~3월 누적 판매량도 미국 진출 역사상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먼저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은 지난 3월 제네시스를 제외한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이 7만5404대를 기록했다고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증가한 규모로 5개월 연속 월간 단위 판매 신기록이다.
기아 미국판매법인(KA) 역시 지난달 7만1294대를 팔아 작년보다 19.8% 증가하며, 3월 기준 역대 최다 판매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로써 기아는 월간 판매 기준으로 8개월 연속 최다 판매 기록을 이어갔다.
모델별로는 현대차 쏘나타(209%)와 싼타페 하이브리드(123%), 베뉴(74%), 투싼 하이브리드(52%), 엘란트라 하이브리드(37%) 등 하이브리드 친환경 차의 판매 증가세가 뚜렷했고 기아차에서는 대형승합차인 카니발 판매량이 81%, 준중형 SUV인 스포티지가 37% 각각 증가했다.
[글] 박재희 에디터
하지만 웃을 수만은 없다.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친환경차 3월 판매량이 10% 증가하는 동안 현대차 아이오닉5의 판매량은 22% 감소했고 기아 주력 전기차인 EV6는 68% 급감한 988대 판매에 그쳤다.
이 같은 전기차 판매량 감소는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인해 세제 혜택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IRA가 요구하는 ‘최종 조립 조건’을 충족하기 전까진 현대차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거나 제한된 혜택만 주어진 채 글로벌 기업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지 생산을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신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건설 중이다. 이르면 2024년 말에 완공될 예정이지만 그동안 세액 공제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IRA 대응을 위해 최대 7500달러 보조금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리스·렌탈 등 상업용 전기차 판매 비중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까지 미국서 팔리는 현대차그룹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의 약 5%가 리스·렌탈 물량인데 현대차그룹은 이 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구독 서비스 등 채널 다변화를 통한 전기차 판매 확대에도 나선다. 현대차는 지난 2월부터 미국 내 전기차 전용 구독 서비스인 ‘이볼브플러스’를 개시하기도 했다.
또한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소득층에 대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해 수요층으로 흡수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세액공제 대상인 부부 합산 연간 소득이 30만달러·가구주 22만5000달러·개인 15만달러 이하에 해당되지 않는 고소득자들이 현대차·기아를 찾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기존 구매 고객 소득 수준을 파악해 보니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소비자 비율이 경쟁 차종 중 현대차 브랜드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모터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미국 현지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테슬라(65%)·포드(7.6%)에 이어 3위(7.1%)를 기록했다. 세액 공제 영향을 받지 않는 고소득층 마케팅 강화와 리스 및 렌탈 사업 확대를 통해 전기차 시장에 다각도로 접근하는 현대차의 전략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