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역대급 호실적 예고
삼성전자 3배 달하는 1분기 영업이익, 각각 2조7782억원, 2조1275억원
그랜저, 팰리세이드 등이 판매 견인, 미국 시장 플릿 판매 전략으로 다변화 시도
[글] 박재희 에디터
현대차와 기아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사상 처음 국내 상장사 분기 영업이익 1위에 오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는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처음 세우는 기록으로 그만큼 자동차 업계의 성장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2조7782억원, 2조1275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 32.4% 증가한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이보다 훨씬 밑돈다. 현재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증권사별로 2000억~1조4000억원에 분포해 평균치로는 7201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14조1214억원의 5% 수준에 불과하다.
참고로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돈 것은 14년 전인 2009년 1분기 5930억원이 마지막이라는 설명이다.
배터리 업계도 호실적을 예고했다. 국내 1위 배터리 업체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2589억원보다 2배 가까이(92.8%) 늘어난 4991억원으로 추정된다. 삼성SDI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지난해 1분기보다 17.9% 늘어난 3800억원으로 증권가는 전망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삼성전자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부품 공급난 완화에 따른 역대급 판매량에 있다. 현대차가 발표한 판매 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는 국내 7만4529대, 해외 30만7356대 등 총 38만1885대를 판매했다. 1, 2월을 합쳐 1분기에만 100만 대를 돌파해 전년 동기 대비 13.0% 늘었다.
국내 판매의 경우 프리미엄 세단인 그랜저, K8, G80 등이 판매를 견인했고 카니발을 비롯해 팰리세이드와 쏘렌토 역시 활약이 컸다. 모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지 않은 모델이라는 점도 실적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나아가 현대차는 올해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을 계획하고 있어 이 같은 호실적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단순 판매량 외에도 다각도 판매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미국 시장 내 플릿 판매다. 플릿이란 자동차를 법인, 렌터카, 중고차 업체 등을 대상으로 대량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 기준 2023년과 2024년 소매 판매가 각각 전년 대비 3%씩 늘어날 때 2023년과 2024년 플릿 판매는 전년 대비 각각 48%, 3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금리 인상에 코로나19 완화에 따른 여행 수요가 맞물리면서 렌터카 업체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플릿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현대차는 발 빠르게 이를 파고든 것이다.
IRA로 인해 현대차가 세제 혜택에서 제외되면서 최근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했는데, 이에 따라 플릿은 현대차·기아가 IRA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꺼내든 돌파구이기도 하다. IRA 전기차 보조금 관련 조항에 따르면 북미에서 최종 생산하지 않은 전기차라고 하더라도 법인 판매나 개인 리스구매 차량은 최대 7500달러에 달하는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현지에 전기차 공장을 건설 중인 현대차가 공장 완공 전 보조금 공백을 막기 위해 플릿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까지 미국서 팔리는 현대차그룹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의 약 5%가 리스·렌탈 물량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이 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 현상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며 공급 확대가 지속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역대급 실적을 통해 양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인 성장까지도 동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