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 전기차 보조금 축소 또는 폐지
테슬라,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의 가격 인하 경쟁 치열해진다
반값 전기차 실현할 수 있을까? 높아지는 LFP 배터리 주목도
각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축소 또는 폐지하면서 전기차 제조사들의 가성비를 앞세운 ‘반값 전기차’ 경쟁이 가속화될 조짐이다. 폭스바겐에 이어 제너럴모터스(GM), 기아, 테슬라까지 저가 전기차 출시를 예고하고 나섰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규정으로 일부 차량은 보조금이 줄어들거나 없어질 것이 유력하며 보조금 적용 모델 수 역시 축소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다. 보조금 축소는 전 세계 흐름이다. 독일은 올해 전기차 보조금 상한액을 6000유로(약 875만원)에서 4500유로로 삭감했다. 내년엔 3000유로로 더 내린다는 방침이다. 중국, 영국, 스웨덴 등의 국가는 전기차 구매자에게 주던 보조금 혜택을 아예 폐지했다. 한국 역시 연비·주행거리에 따른 ‘성능보조금’ 상한을 6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낮췄다.
[글] 박재희 에디터
완성차 업계는 일부 차종이 세제 혜택을 온전히 받기 어렵게 되자, 차량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일부 업체들은 향후 몇 년 내 3000만원대 ‘반값 전기차’ 출시까지 예고한 상태다. 보조금 축소와 더불어 각국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에 따라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선 불가피한 전략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인하 경쟁은 치열하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내 전기차 판매 가격을 2~6% 인하했다. 올해 들어서만 다섯 번째 인하다. 모델3의 가격이 올해 초까지만 해도 6만 2990달러였지만 현재는 5만 2990달러까지 낮아졌다. 세 달 만에 가격을 1만 달러(약 1000만 원)나 낮춘 셈이다. 모델Y는 2000달러 인하했고 모델S와 모델X의 가격은 각각 5000달러 인하했다.
캐딜락은 지난해 중순 공개한 전동화 모델 2024년 ‘리릭’을 2990달러 내린 가격에 판매하기로 했으며 미국 점유율 2위인 포드도 ‘머스탱 마하-E’의 가격을 1.2%에서 최대 8.8%까지 인하했다. 루시드 역시 가격 인하 경쟁에 합류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하반기에 출시할 이쿼녹스EV의 가격을 3만 달러(약 4000만 원) 수준으로 낮춰 책정할 계획이다. 중국 비야디(BYD)도 전기 세단 씰을 비롯한 주력 모델의 현지 판매 가격을 인하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현행 전기차 가격 인하에서 나아가 경쟁적으로 3000만원대 ‘반값 전기차’ 생산 계획을 선포하고 나섰다. 일론 머스크는 2020년부터 3년 내 3000만원대의 이른바 ‘반값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르면 내년에 ‘모델2’(가칭)가 공개될 수도 있다. 고가 금속인 희토류 사용량을 줄이고,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낮췄을 것으로 파악된다.
독일 폭스바겐은 최근 전기차 콘셉트카 ‘ID.2all’을 공개했다. 2025년 양산 예정인 이 차량의 가격은 2만5000유로(약 3600만원) 미만으로 예상된다. 최대 450㎞ 주행거리(WLTP 기준)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로, 반값 전기차라고 해서 성능이 부족한 것도 아님을 알 수 있다.
‘반값 전기차’가 현실화되기 위해선 원가절감, 배터리(팩) 가격 인하가 제일 중요하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이에 LFP 배터리에 대한 주목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저가형 전기차에 들어가는 구식 기술로 인식되기도 한 LFP 배터리는 실제로 니켈·코발트·망간(NCM),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등 삼원계 배터리보다 성능은 떨어진다.
다만, 값비싼 금속인 코발트 대신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철을 사용해 제조원가가 삼원계 배터리 대비 30%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테슬라와 포드는 반값 전기차를 실현하기 위해 LFP 배터리 탑재를 늘리는 추세이고, KG모빌리티 역시 토레스 EVX에 LFP 배터리를 탑재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 역시 LFP 배터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는 2020년대 후반쯤 되면 400km 이상 주행 가능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판매 마진이 내연기관차의 마진과 비슷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이 시기부터는 3만달러 이하의 보편화된 전기차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가격 인하는 불가피한 흐름이다. 국내 업체들도 발걸음이 빨라졌다. 기아는 소형 전기 모델인 ‘EV3’를 내년부터 생산한다는 계획이고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캐스퍼 EV’, 기아 ‘레이EV’ 등 경차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반값 전기차’가 실현된다고 할지라도 초반에는 이처럼 소형차 위주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자동차 업계는 배터리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인하에 성공하고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