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플래그십 전기차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브랜드까지 가세한 경쟁
경쟁 규모가 커지는 이유와 주목할 만한 모델은?
흥미로운 볼거리가 생겼다. 내연기관차에서 보였던 ‘플래그십 경쟁’이 최근 들어 전기차로도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BMW i7(출시), 벤츠 EQS(출시)&EQS SUV(공개), 벤츠 마이바흐 EQS SUV(공개), 볼보 EX90(공개), 폭스바겐 ID.7 등 해외 제조사 위주로 벌어질 듯한 이 경쟁은 국내 제조사인 기아까지 EV9을 5월로 출시를 예고하고 합류하며 글로벌 경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경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덩달아 차세대 전기차 기술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그동안 내연기관차 개발을 통해 축척한 기술, 개발 완료 후 적용을 앞둔 신 기술 등 각 사의 기술을 집대성해 그들의 플래그십 전기차에 적용 완료했거나 예정이다.
한편 이러한 경쟁에 한 업계 전문가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있고, 여기에 수요까지 계속해서 높아지는 만큼 완성차 제조사들은 그들의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플래그십 모델을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배영대 에디터
‘플래그십 전기차’, 그렇다면 브랜드별로 주요 모델들은 뭐가 있을까? 먼저 벤츠는 EQS SUV가 있다. EQS SUV는 벤츠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EVA2’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SUV다. 지난 1월 국내에도 데뷔한 이 차는 1회 충전 시 최대 447~459km(국내 기준) 주행이 가능하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 1억 5270만 원부터다.
벤츠는 여기에 별개로 마이바흐에 ‘마이바흐 EQS SUV’도 있다. 지난 17일 상하이 오토쇼에서 공개된 이 차는 마이바흐 브랜드 첫 전기차로, EQS SUV를 기반으로 럭셔리를 극대화한 모델이다. 성능은 약 650마력(484kW)의 최고출력과 96.9kg.m(960N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아직 인증 전으로 업계는 유럽 WLTP 기준 최대 600km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 순위에서 매달 다툼을 벌이는 BMW는 BMW i7이 있다. 이름부터 차종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EQS SUV와 달리 이 차는 세단이다. 며칠 더 빠르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지난 1월 국내 데뷔한 BMW i7은 뒷좌석에 31.3인치의 시어터 스크린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며 1회 충전 시 최대 438km 주행이 가능하다. 여기에 롱휠베이스라는 장점까지 가진 이 차의 가격은 2억 1570만 원이다.
볼보는 아직 출시는 하지 않았지만 EX90이 있다. EX90는 1회 충전으로 유럽 기준(WLTP) 최대 600km 주행이 가능하다. ‘안전 대명사’ 브랜드답게 고성능 컴퓨터와 연결된 8개의 카메라, 5개 레이더, 16개 센서 등 기술을 갖추고 있다. 고감도 라이다로 전방 250m 보행자와 반경 120m 내 작은 물체까지 감지하고 어두운 밤에도 시야 확보를 돕는다. 국내 출시는 내년 상반기쯤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해외 브랜드에선 지난 18일 공개된 폭스바겐 ID.7이 있다. 앞서 언급한 모델을 거친 뒤 이 모델을 보았기에 ‘이 차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폭스바겐은 이 차를 두고 플래그십 전기 세단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다시 돌아와서 ID.7은 배터리 크기에 따라 WLTP 최대 700km의 주행거리와 최대 200kW의 충전 용량을 갖췄다. 구동계 성능은 배터리 사양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한편 지난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세계 최초로 실물이 공개되었던 기아 EV9은 2021년 출시한 ‘EV6’에 이어 기아에서 탄생한 두 번째 전동화 모델이다. 1회 충전 시 최대 5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다. 이 차 역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사용했기 때문에 야외 활동 시 V2L(전기차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끌어다 사용할 수 있는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일반 중소형 전기차가 초기 기술 경쟁이라면, 플래그십 전기차는 ‘진검승부’라고 언급한다. 특히 차체 무게만 2t이 넘는 대형 전기차는 대용량 배터리가 들어가기에 소형차보다 뛰어난 배터리 기술력이 필요하다. 국내차를 예로 들어 기아 EV6에는 58~77.4㎾h(킬로와트시) 배터리가 들어가지만 EV9에는 99.8㎾h 배터리가 적용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플래그십 전기차의 경우 단순히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배터리 관리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부터 고출력 모터 등 하드웨어까지 새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완성차 제조사들이 앞다퉈 경쟁을 하는 이유는 뭘까? 업계는 여기에 대해 ‘돈이 되기 때문’이라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크기까지 대형화되는 플래그십 모델일수록 고가 부품이 쓰이고 옵션 가격도 비싸게 책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형 전기차 시장 경쟁은 올해 내내 달아오를 전망이다. 경쟁 구도는 테슬라 사이버 트럭이 있긴 하지만 이미 대기 물량만 수 년치가 있는 걸로 알려진 만큼, 사실상 기존 양산차 기업에서 이루어질 전망이다. 번외로 플래그십 경쟁에 뛰어들 신입으로는 내년에 출시를 예고한 현대차의 아이오닉 7과 최근 발표한 GM 쉐보레 실버라도와 GMC 시에라 전기차가 있겠다.
플래그십 전기차라고 하는 모델들이 다들 한 덩치 하다 보니, 이 단어가 ‘대형’, ‘큰~’ 등의 뜻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시실 플래그십 제품이라 하면 그 회사가 딱하고 떠오를 정도로 가장 핵심적인 제품(아이디어)을 말한다.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기술력 과시와 브랜드 청사진을 대표하는 모델을 가지는 건 필수인 만큼, 과연 오늘 간단하게 살펴본 모델들 외에도 앞으로 어떤 ‘플래그십 전기차’가 나오게 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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