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차 공개 전 EV9 스펙을 먼저 공개한 기아
당장에 자율주행 탑재 어려운 G90, EV9은?
기대되는 기능, 그런데 만약 사고가 난다면?
기아가 오늘(29일) EV9의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 영상과 함께 차량 스펙을 공개했다. 주행 부분의 경우 그동안 양산차 제원을 두고 콘셉트카 스펙을 가지고 논했던 만큼, 현재 인증이 진행 중이더라도 양산차의 최종 성능에 가까운 정보인 만큼 소비자들 사이에서 충분히 화젯거리가 되었다.
EV9의 스펙과 관련해 수많은 얘기가 오가고 있지만, 그중에서 최근 부쩍 관심이 높은 부문으로는 바로 ‘자율주행’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양산차로는 ‘최초’라는 타이틀과 함께 기대가 컸던 ‘제네시스 G90 부분변경 모델 자율 주행 탑재’가 미뤄졌기 때문이다.
기아는 EV9의 자율주행 탑재와 관련해 일반 모델을 먼저 내놓고, 하반기에는 레벨 3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EV9 GT 라인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고성능 버전인 GT 모델도 출시된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자율주행 레벨 3 기술인 하이웨이 드라이빙 파일럿(HDP· Highway Driving Pilot)은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스스로 앞 차와의 안전거리와 차로를 유지하며 최고 80㎞/h의 속도로 주행할 수 있다. 기아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2개의 라이다(Lidar)를 포함한 총 15개의 센서와 정밀 지도, 통합 제어기 등을 장착했다.
자율주행 레벨 3는 운전자의 개입이 최소화되고 비상시에만 운전자가 운전하는 개념이다. 운전의 주체가 사람이 아닌 차량이기 때문에 레벨 3부터는 전방에서 시선을 뗄 수 있게 된다. 서울부터 부산까지 고속도로에서 손을 놓고 끝까지 갈 수 있는 수준이다. 그만큼 고도화된 센서와 차량용 컴퓨터가 장착되고, 특히 라이다 센서를 통해 주변 사물을 인식하는 정확도가 높아진다.
미국 자동차 공학회는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자율주행 기술을 레벨 0에서 레벨 5까지 총 6단계로 정의하고 있다. 현재 대다수 양산차에 적용한 기술은 자율주행 레벨 2에 해당된다. 부분 자율주행 단계이며 주행에 대한 전반적인 제어를 운전자가 담당하고 시스템은 운전자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현행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로 유지 보조 기능 등이 포함된다. 그밖에 익숙한 용어로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도 이에 해당된다.
이후 레벨 3부터는 특정 조건에서 시스템이 주행 제어를 담당하며 운전자는 시스템이 요청할 시에만 개입한다. 레벨 4에서는 지정된 구역에서 차의 시스템이 도로 상황을 인지 및 판단해 운전자의 개입 없이 주행이 가능하며 레벨 5에서는 차가 모든 상황에서 주행을 맡는다.
물론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제일 좋다. 하지만 그럴 수 만도 없는 것이 사고다. ‘돌발 사고’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의 집약체라 할 수 있는 자율주행 또한 이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자율주행 사고가 나는 원인은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카메라와 레이더 등의 센서가 오작동 하는 경우, 센서의 정보를 취합해 명령을 내리는 제어시스템의 판단 오류, 브레이크 등의 각종 구동장치 고장, 마지막으로 사고를 유발할 만한 탑승자의 부적절한 행동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원인이 있는 만큼 사고 주체의 판단 지표를 세우고 확정하는 것은 자율주행 자동차의 기술 발전과 상용화를 위해서라도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매우 중요한 과제다. 레벨 0~2 시스템은 어디까지나 운전자를 보조하는 기능이기에 사고가 발생 시 온전히 운전자가 책임을 져야 했다. 하지만 레벨 3부터는 차량 시스템이 주도하는 좀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 기준으로는 사고 발생 시 피해 보상은 어떻게 될까? 만약 자율주행 중 차량 및 시스템 결함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면 피해자는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그리고 차후 보험사는 자동차 제조사에게 그 금액을 구상할 수 있다(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 – 제29조의 2). 참고로 금융위원회 및 금감원의 레벨 3 자율주행차 전용보험 특약에서는 차량 시스템 오류로 인한 사고 책임은 제조사에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오늘은 EV9의 자율 주행과 자율주행 단계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다. 본문에 자율 주행 사고를 언급하긴 했으나, 필자 역시 ‘EV9 자율주행 탑재’를 기대하는 1인으로써 일어나지도 않은 사고를 두고 ‘자율 주행은 이러한 이유로 아직까지 믿을 수 없다’며 반대하는 입장은 아님을 미리 말해두고자 한다. 다만 운전석에 앉는 순간 눈앞에는 수많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놓이게 되므로, 이후 자율 주행이 탑재된 EV9이 나오더라도 운전자는 언제나 대처할 수 있도록 도로 상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